* 봄처럼 화사한 연애소설. 간결하고 상쾌한 사랑의 찬가. _누벨 옵세르바퇴르
* 진한 갈색 톤의 멜로디와 찰랑거리는 물소리의 오버랩.
필립 라브로는 모든 장식을 걷어내고 순수한 청춘의 관점으로 핵심에 이른다. _르 푸앵
* 모든 것이 흔들리는 순간들, 미묘한 떨림의 순간들을 그려낸다.
신선하고 미니멀아트적인 작은 보석과도 같은 작품. _르 몽드
한 번 숨 쉬기와 같은 짧은 책,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 써내려간 사랑의 찬가!
『프란츠와 클라라』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 필립 라브로의 장편소설로, 열두 살 천재 소년과 스무 살 아름다운 바이올리니스트의 사랑을 간결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필립 라브로의 이름은 우리에게는 아직 친숙하지 않으나, 프랑스에서는 소설가로뿐만 아니라, 기자로, 텔레비전 뉴스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7,80년대에는 영화감독으로 〈상속자〉 〈흑막〉 등의 영화를 만들었고, 언론계에 종사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샹송 곡을 썼다.
필립 라브로는 그동안 자전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들을 주로 발표해왔다. 프랑스 남부에서 보낸 어린 시절, 파리에서 보낸 청소년기, 미국 유학 시절, 언론계 입문 시절 등 인생의 굽이굽이를 소설에 담아냈으며, 알제리 전쟁 참전 체험, 호흡곤란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경험, 최근의 우울증 극복까지 자신의 삶을 소설의 형태로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런 기존의 작품에 비해 자전적인 경향에서 벗어난 『프란츠와 클라라』는 작가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작가 스스로도 이 작품을 통해 글쓰기의 완전한 자유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 작품을 쓰기 전, 필립 라브로는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생쥐와 인간』 등 짧은 명작들을 다시 탐독하며 경지에 오른 위대한 작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었고, 그에 따라 자신 역시 불필요한 문장들을 쳐내고 다듬고 줄여나갔다.
그리하여 사랑과 고독,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번 내쉬는 숨처럼 짧고 흐르는 시내처럼 유려하며 보석처럼 사랑스러운 소설이 탄생했다.
상처받은 두 영혼의 교감,
알프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의 이중주
멀리서 빛나는 알프스 산맥, 스위스 루체른의 맑고 투명한 산중호수. 그 앞에 자리 잡은 조그만 벤치에서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선 스무 살의 그녀 클라라 뉴먼. 클라라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열두 살 때 아버지까지 잃고 런던에서 멀리 스위스로 와서 고모와 단둘이 살고 있다. 지역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며, 긴 시간 동안 사랑할 사람, 정을 주고받을 사람 하나 없이 호숫가 마을에서 조용히 살아온 터이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연애다운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온 루카와의 관계가 발전하는가 싶었을 무렵, 그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클라라는 또 한 번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그런 그녀가 주위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온함을 찾는 유일한 시간이 바로 호숫가 벤치에서 보내는 점심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신비로운 소년 프란츠 크사비어. 클라라는 자기만의 시간과 장소에 느닷없이 끼어든 이 침입자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만남이 거듭되면서 “순진무구하면서도 영민한, 모순되는 두 가지 느낌을 주는 사려 깊은”, 어른도 아이도 아닌 소년의 존재에 점차 익숙해져간다. 때로는 자신만만하며, 때로는 지나치게 진지하고 심각한 이 소년 역시 어두운 가족사로 인한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있다.
상처받은 영혼들은 서로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클라라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으로 걸어들어온 이 수수께끼 같은 소년을 상대로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고 또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고, 아버지의 죽음과 실연으로 인한 고통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당돌하게도 프란츠가 사랑의 고백을 해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연인의 사랑’.
“말하지만, 점차, 하지만 급속도로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당신은 적어도 두 번 버림받았고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도 없으니, 나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으리라고 결론지었어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요. 우린 그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그렇게 되었어요. 말하자면, 내겐 불가피한 일 같아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갈망해요. 우리가 연인처럼 사랑하기를. 다른 게 아닌 연인간의 사랑으로 말이에요.”
클라라는 여덟 살이라는 나이 차를 이유로 조심스레 프란츠를 밀어내고(“넌 내게 소중한 사람이고, 우린 친구야. 하지만 연인의 사랑은 불가능해. 난 성인이지만, 넌 아직 아니야.”)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로 도약하기 위해 루체른을 떠난다. 이들의 짧은 만남은 이대로 끝나게 될까?
사랑 안에서는 그 무엇도 불가능하지 않다
외로운 우리 모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사랑은 이성적이지 않은 모든 것이지요. 나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것, 또는 설명 가능한 것을 믿지 않습니다. 불가사의한 것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나는 뭔가에 대한 정의를 믿지 않아요. 이러한 불신을 우회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야기하고 묘사하는 것이고요. 확실히 나는 행동주의자에 더 가깝습니다.”
_필립 라브로
이야기의 배경은 클라라가 솔리스트 과정을 밟는 런던으로, 십 년 뒤 그녀가 유명한 바이올린 독주자로 무대에 서는 보스턴으로 빠르게 옮겨간다. 보스턴 심포니 홀에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오중주곡을 연주하던 도중, 클라라는 찰나에 가까운 짧은 순간, 객석으로부터 전해져오는 강렬한 ‘뭔가’를 느낀다. 언젠가 프란츠가 확신에 차서 말한 대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둘만은 느낄 수 있는 그 ‘파동’을. 두 사람의 가슴 벅찬 재회가 이어지고 행복한 결말을 예감케 하지만, 가슴이 쿵 내려앉게 만드는 마지막 한 줄을 읽고 마침내 책장을 덮을 때까지, 소설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필립 라브로는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인 사랑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랑 안에서 불가능은 없다는,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진리를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나이 차’는 장벽이 되지 않음을. 또한 그는 영혼의 교감을 통한 치유와 성장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각자 인생의 한 단계를 통과한다. 프란츠는 클라라에게서, 클라라는 프란츠에게서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 앞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에 뛰어들 용기를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프란츠와 클라라』를 아련한 첫사랑에 관한 소설이자 성장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첫사랑, 그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일깨우는 이 소설은, 그래서 우리 모두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며, 우리에게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그 덧없음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순간에 깃든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나지막하게 하지만 또렷하게 속삭여준다.
한편 이 소설에서는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인공이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연주회에서 등장인물들이 사랑의 교감을 확인하는 등, 이야기 속에 음악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을뿐더러, 필립 라브로는 현재 활동중인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과의 만남을 통해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썼다. 르노 카퓌송, 고티에 카퓌송 형제를 비롯,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필립 라브로는 음악에서 몰아의 경지에서 순수한 감동을 얻으며, 사랑이나 감정과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 설명 대신 간결하고 섬세한 묘사가 주를 이루는 작은 보석 같은 그의 소설은 음악과 닮아 있고, 그만큼 아름답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2부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필립 라브로 Philippe Labro
1936년 프랑스 몽토방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여덟 살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저널리즘을 공부했고, 프랑스로 돌아와 ‘유럽1’ ‘프랑스 수아르’의 기자로 활동했다. 1960년부터 이 년간 알제리 전쟁에 참전했다. 군복무를 마친 후에는 텔레비전 뉴스 진행자,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라디오 방송국 사장으로 언론계에서 성공적인 이력을 쌓는 한편, 조니 할리데이와 세르주 갱스부르 등의 가수를 위해 곡을 썼고,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카롤 부케가 주연한 〈흑막〉을 비롯해 〈상속자〉 등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유년기, 언론계 입문, 참전 경험에서부터 우울증을 앓고 회복한 체험까지, 자신의 인생을 녹여낸 자전적 경향의 소설들 『소년』 『파리의 초보자』 『꺼지지 않는 불씨』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서고』 등을 썼으며, 미국 유학 시절의 경험을 담은 『외국인 학생』은 앵테랄리에 상을 수상했다. 자전적 요소가 전혀 없는 『프란츠와 클라라』는 인간과 인생, 사랑과 음악에 대한 진지한 통찰과 섬세한 문체가 돋보인다.
▶ 옮긴이 박선주
세종대 국문과와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한불번역과를 졸업했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다. 『나에겐 네 명의 부모가 있어』 『꿈처럼 자유로운』 『사물들과 철학하기』 『영화의 목소리』『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믿을 수만 있다면』 『점무늬가 지워진 무당벌레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