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 그녀는 나의 선생님이자 십년지기 오랜 친구이다. 난 그녀가 내려주는 커피에서, 앉은뱅이책상 위 대본과 악보 사이에 쌓여 있는 몽당연필과 지우개 가루 더미에서, 지휘봉과 악보를 던져버린 채 그녀 특유의 열정적인 맨손 지휘로 카리스마를 내뿜는 모습에서,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한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자유로운 인생의 여행자이며 숨은 보석을 캐내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진짜 보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녀는 신비롭다. 그래서 그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기에 더 신비로운 사람… 진작 나왔어야 할 이 책이 지금에라도 나와줘서 참 반가운 일이다. _ 조승우(배우)
박.칼.린. 이 석자는 지금 시대의 아이콘이다. TV 속에서 오합지졸 합창단을 이끌던 당당한 모습은 이 시대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멘토이자 리더의 얼굴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단원들에게 보여준 진심어린 사랑과 믿음은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고, 첫 에세이집『그냥』은 약 2주간의 예약 판매만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녀의 트위터 멘션은 족족 기사화되고 심지어 <남자의 자격> 방송이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난 10월 16일, KBS <9시 뉴스>에서 그녀에 대해 다룰 정도였다. 이제 박칼린에 대한 관심은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된 것이다.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관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동서양을 아우르는 뛰어난 음악실력, 생소한 직업, 이국적인 용모, 그리고 여성이란 성별까지. 20여 년 전 한국 공연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박칼린이 극복하고 이룩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후로도 수준 높은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던 그녀가 어느 날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고, 유쾌한 난리가 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신비로운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직접 리더십을 언급하지 않지만 『그냥』에는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더욱 특별한 것은 다른 사람이 그녀를 분석하거나 바라본 시선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 일상의 기억을 한 자루의 연필에 꾹꾹 담아 써내려온 자전적인 에세이라는 사실이다. 누군가 믿어주고 불러줘야 ‘리더’가 된다는 ‘박칼린 리더십’이 그녀의 역사와 생각을 정리한 이 한 권의 책에 녹아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드디어 인간 박칼린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주어진 셈이다.
박칼린의 유년, 음악, 사랑, 일상, 여행 이야기 『그냥』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신데렐라가 아니다. 방송에 출연해 합창단을 이끌기 이전에도 20여 년간 한국 뮤지컬을 개척하고 지켜온 최고의 음악감독이자, 연출도 겸하는 예술감독이다. 20여 년 동안 뛰어난 음악성은 물론이요, 살아온 독특한 환경과 유년시절, 현재의 일상과 관심사 등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 했으나 뮤지컬과 자신의 토크쇼를 통해서만 제한된 모습만을 드러낼 뿐이었다.
『그냥』은 그런 그녀가 지난 3년 동안 자신의 유년, 음악, 사랑, 일상, 여행 등에 대해 틈틈이 써왔던 자신의 이야기다. 오늘날의 유명세와 상관없이 써내려온 자신의 이야기. 독특한 성장기의 추억부터 다양성, 균형, 열정과 도전이라는 그녀를 이루고 있는 가치관과 여행 자체가 삶인, 인간 박칼린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 특히, 삶의 터전인 뮤지컬 무대에서 겪은 에피소드는 카메라 밖의 인간 박칼린을 우리 앞으로 당겨주는 망원경이다. 뜨겁다 못해 터질 듯한 그녀의 열정과 마주하고 있자면 비장해지기까지 한다. 어떻게 사는 삶이 보람찬지, 어떤 태도로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지가 선명히 드러나는 글 속에 박칼린의 인생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포기하고 주저하려는 사람에게는 ‘3일 혹은 100번’을 해보았냐고 물어보고 자신을 속이지 말기를 당부한다. 열정 가득한 <남자의 자격> 팀에게는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오디션이나 면접을 앞둔 이들에게 전하는 따스한 조언은 뜨거운 용기를 남긴다. 더 나아가서는 음악과 예술, 그리고 창의력과 다양성이란 그녀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을 추적해보고 그녀의 여행을 슬쩍 따라다니며 박칼린스럽게 사는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기회다. 이문열, 조승우, 송일곤 등 그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명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이 주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이 책은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을 줄 때마다 자신감과 용기를 얻게 해주는 ‘칼마에’의 리더십에 관한 강의록이 아니다. 다만 그녀가 왜 사람들이 존경하는 선생님이자 리더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는 비밀의 열쇠이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와 유머러스한 성품이 깃든 재밌고도 섬세한 일기장인 셈이다. 이 한 권의 책에 우리가 궁금했던 박칼린의 모든 이야기가 ‘그냥’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