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문학 ‘미시시피 삼부작’의 시원
생애 최고로 아름다운 시간인 유년기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순수한 동심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의 위선과 가식을 풍자한 수작
마크 트웨인의 문명(文名)을 전 세계에 떨치게 해준 대표작 『톰 소여의 모험』은 『미시시피 강에서의 생활』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이어지는 ‘미시시피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다. 가식적인 어른들의 모습과 위선으로 가득한 사회를 순수한 동심으로 유쾌하게 풍자한 역작으로, 마크 트웨인 특유의 풍부한 유머, 박진감 넘치는 문체, 절묘한 묘사와 탁월한 구어체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평가된다.
마크 트웨인은 당대의 불편한 진실을 은폐하거나 미화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작품으로 형상화하거나 신문 기사화함으로써 사회 변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회평론가로도 평가되는데, 인종차별이나 노예문제, 반전문제 등에 대해 예민했던 말년에 비해, 초기작에 속하는 『톰 소여의 모험』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이나 문명세계의 허위를 꼬집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린 소년들의 모험담이라는 형식에 등장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생각까지도 꿰뚫어보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결합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펼쳐 보여준다.
악의 없는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본 주일학교 교장이나 교회 목사의 허례허식과 학교 교사의 권위적인 태도, 부유층의 교양과 예절 등이 인간사회의 위선과 가식을 비꼬는 알레고리로 작용하는 한편, 작품 전체에 흐르는 낭만적, 서정적 분위기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그리운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마크 트웨인이 ‘미국문학의 아버지’인 이유
고전적 문어체 영어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구어체 영어로 쓴
미국문학의 전통이 된 작품
『톰 소여의 모험』에서 보게 되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개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활기 넘치는 대화, 성경과 셰익스피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재치, 시공간을 묘사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면서 보여주는 현란한 어휘력과 문장력은 그 어떤 작가도 쉽사리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유머로 인기 강연가로서 유명세를 떨쳤던 마크 트웨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마크 트웨인의 작풍은 재미를 주는 쾌락적 기능에 더해, 이후 헤밍웨이를 포함한 후대 미국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즉, 여전히 미국 문단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문학의 전통인 고전적 문어체 영어 대신에 소재와 주제 선택은 물론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구어체 영어를 소설에 도입해 미국만의 문학 전통을 창조하게 된다. 마크 트웨인의 작품은 발표 당시 점잖지 못하다는 이유로 평단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심지어‘금서’로 낙인찍히기도 했지만 냉철한 역사의 심판으로 결국 미국적인 작품, ‘미국의 국민문학’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해외 서평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성인들, 문학가들, 비평가들은 서로 닮았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은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 문학계의 링컨이다. _ 윌리엄 딘 하우얼스(문학평론가)
고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 트웨인의 작품은 미국문학의 영원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_윌리엄 태프트(제27대 미국대통령)
마크 트웨인은 엄숙한 비평가들이 회피한 불편한 진실을 말한 양심이며, 지난 세기 미국 내 인종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 문학적 DNA를 창조해낸 인물이다. _타임
마크 트웨인은 심리적, 문화적, 영적으로 미국 역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위대한 인물 중 하나이다. _애틀랜틱 먼슬리
줄거리
미시시피 강변의 작은 마을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사는 톰 소여는 폴리 이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모범생 이복동생 시드나 착하고 신앙심 깊은 사촌누나 메리와는 달리 못 말리는 개구쟁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리고, 사마귀를 떼거나 잃어버린 공깃돌을 찾게 해준다는 미신을 좇아 숲을 휘젓고 다니며, 순진한 소녀 베키를 꾀어 약혼을 하는가 하면, 마을의 어른들이 기피 대상으로 여기는 떠돌이 소년 허클베리 핀과 단짝으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허클베리 핀과 함께 간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혼혈 인디언 조와 주정뱅이 영감 머프 포터, 마을의 젊은 의사 로빈슨이 얽히고설킨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보복을 당할까봐 겁에 질린 두 아이는 죽는 날까지 비밀로 간직하자고 맹세하는데……
본문 발췌
톰은 종일 친구들과 빈둥거리며 신나게 놀았다. 그사이 울타리는 무려 세 번이나 칠이 입혀졌다! 칠이 동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마을의 남자아이들 모두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을 터였다. 톰은 산다는 게 어쨌든 그렇게 허무하지만은 않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번 일로 톰은 스스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인간의 행동을 둘러싼 아주 큰 법칙을 발견했다. 즉 어른이든 아이든 뭔가를 애타게 원하게 하려면 그게 뭐든 간에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없게 하면 된다는 것을. (p.32)
허클베리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훌쩍 왔다가 훌쩍 가버렸다. 맑은 날이면 남의 집 현관 계단이 잠자리였고, 궂은 날이면 속이 빈 큰 통이 잠자리였다. 학교나 교회에 갈 필요가 없었고, 누굴 선생님이라 부르거나 누가 시키는 말에 따를 필요도 없었다.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낚시나 수영을 할 수 있었고, 또 하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오래 할 수 있었다. 싸우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었고, 아무리 늦게 자도 상관없었다.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도, 가을에 제일 나중에 신발을 신는 아이도 늘 허클베리였다. 생전 씻을 필요도 없이, 깨끗한 옷을 입을 필요도 없이 마음껏 땀을 흘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모두 가진 아이였다.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