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화원의 하루』는 궁궐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원의 하루를 따라가며 궁중 소속의 화가들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를 알고, 조선 시대 회화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린 우리나라 대표적인 화원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한편,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통해 우리 그림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지식그림책이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모두 호평을 받으며 전통 문화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전통문화 즐기기’ 시리즈의 새로운 후속권이다.
그림에 세상을 모두 담은 조선 궁중의 화원
이야기가 들려오는 우리 옛 그림
조선 시대에는 궁중에 화가를 두고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하는 ‘도화서’라는 관청이 따로 있었다. 이 독특한 직업군에 속하는 조선 시대의 화원은 우리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그 역할과 전해오는 작품의 양과 장르의 다양성 등 모든 면에서 독보적인 존재들이다. 궁궐 밖을 마음대로 다닐 수 없던 왕은 화원의 그림을 보면서 백성의 삶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화원은 왕을 위한 그림을 비롯하여 사대부 집안의 요청에 의한 그림도 그렸고, 다른 사람의 요구와 상관없이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림을 좋아하는 문인 화가들과 화원들이 만나 서로 그림 평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화원의 그림에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담겨 있다. 왕의 얼굴부터 모내기하는 농부의 모습, 왕실 행차와 마을의 잔치 풍경, 그네 타는 여인과 씨름하는 사내들, 불도 닦는 스님과 전설 속의 신선, 아름다운 꽃송이와 강렬한 기운의 웅장한 산세까지 세상의 온갖 풍경이 그림이 되었다.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화가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옛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궁궐의 화원을 따라 하루를 보내며 조선 시대의 우리 그림을 감상해 보자.
궁중에 필요한 모든 그림과 의궤도를 도맡은 화원들
화원들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어진과 공신상을 그리는 일이었다. 공신상은 왕의 명령으로 그려졌는데 많은 백성들로 하여금 초상화 속 인물의 삶을 본받게 하려는 의도로 제작되었다. 화원들은 궁중 행사 장면을 담는 의궤도도 많이 그렸다. 의궤도에는 궁중의 중요한 행사의 진행 과정이나 절차를 하나하나 모두 다 그려 놓은 그림이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그린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보면 정조의 애틋한 마음과 정성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다. 그 밖에도 화원들은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왕과 궁실의 번영을 바라는 십장생도, 역사 속에서 정치를 잘했던 왕과 왕비, 충성스러운 신하를 그려 그들을 본받도록 한 감계화도 많이 그렸다. 또한 계절마다 달라지는 열두 달 농사 모습을 그린 경직도가 병풍 형태로 많이 그려진 이유는 관료들이 언제나 그 그림을 보며 게으름 없이 백성을 돌보기를 바라는 왕의 뜻 때문이었는데, 여기에는 왕 스스로도 같은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왕이 곁에 둔 화가
화원 중의 화원, 자비대령 화원
1700년대 후반 정조 때는 왕의 직속으로도 화원을 두었는데 바로 규장각의 자비대령 화원이다. 도화서 화원이 중앙 관청에 소속되어 궁궐과 나라에 관련된 일을 하는 화원이었다면 자비대령 화원은 왕이 곁에 두고 직접 부리는 화원이다. 자비대령 화원은 왕과 규장각 신하들이 특별 시험으로 뽑은 최고의 화가였다. 열 명 미만을 뽑아 관리하고 후원하였는데 이들의 활동은 고종 때까지 활발하게 이어졌다. 언제든지 왕이 부르면 달려갈 수 있도록 ‘차비’를 하고 기다리라는 뜻으로 ‘차비대령 화원’이 맞으나 궁중에서는 거센소리를 피해 ‘자비대령 화원’으로 불렀다. 닭과 고양이를 잘 그림 변상벽, 초상화의 대가 이명기, 산수화의 이인문, 인물 풍속화의 김홍도, 김득신, 유숙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모두 자비대령 화원이었다.
화가의 개성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림들
『조선 화원의 하루』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꼽자면 아마도 비교하며 보는 우리 그림들일 것이다. 그림 연습하는 책인 ‘화보’의 한 장면과 그 화보를 보고 그린 화원들의 그림을 함께 보면, 마치 그림 속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은 것처럼 화가의 개성과 특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열 명의 화가가 똑같은 화보 그림을 보고 그려도 열 개의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점을 저절로 알 수 있다. 또한 화가들끼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데, 가령 김홍도나 김득신처럼 친한 화가들은 서로의 그림을 보고 같은 장면을 새롭게 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 시대를 보여 주는 우리 그림 이야기
임금님 용상의 병풍에도, 시골집 마루의 흙벽에도 그림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는 언제나 그림이 함께 했다. 그림은 시간을 뛰어넘어 한 시대를 보여 주는 신비한 마술 같다. 긴 문장으로 설명할 만한 내용이 그림 한 장으로 압축돼서 담겨 있다.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이야기를 지금 우리는 그림으로 듣고, 그 시절 사람들이 동경했던 인물을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고, 역사 속에서 무엇을 본받고 싶었는지, 어떤 가치를 지키고 싶었는지를 알 수 있다. 화원의 그림은 몇백 년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도 감동을 전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눈이 되어 준다. 『조선 화원의 하루』 속 여러 화원들의 각기 다른 개성이 담긴 그림을 감상하면서 조선 시대 사람들을 상상해 보자. 화원의 하루를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재현해 낸 일러스트레이터 배현주의 그림 뒤로 그 옛날 화원이 그린 우리 그림을 감상하도록 교차 편집한 『조선 화원의 하루』의 구성은, 그 시대를 이해하고 우리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책 맨 뒤의 부록으로는 우리 그림의 장르를 설명해 주는 <다양한 우리 옛 그림>, 조선 시대의 대표 화가들을 소개한 <우리의 대표 화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어린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_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나이살이』『지킴이』
『세상을 보는 눈, 지도』『대동놀이』
『바다 전쟁 이야기』
『바람소리 물소리 자연을 닮은 우리 악기』
『구경거리 이야깃거리 넘치는 우리 옛 장날』
『하늘 높이 솟은 간절한 바람, 탑』
『하늘을 가르고 땅을 두드리며 한판 놀아보자, 탈춤』
-작가 소개-
글쓴이 조정육 : 불문학에서 미술사학으로 전공을 바꾼 후 25년이 넘도록 행복하게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회화사를 전공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회화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쓰기에 마음을 쏟으며, 그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수많은 책을 쓰고 있습니다. 동양미술 에세이 시리즈인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거침없는 그리움』『깊은 위로』와 조선 시대 회화사 시리즈인 『꿈에 본 복숭아꽃 비바람에 떨어져』『가을 풀잎에서 메뚜기가 떨고 있구나』를 비롯하여 『그림 속에서 놀아 보자』『조선의 글씨를 천하에 세운 김정희』 등을 썼습니다.
그린이 배현주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우리 문화와 어린이에 관한 아름답고 재미있는 그림책을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첫 그림책 『설빔』으로 제 27회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받았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설빔_여자아이 고운 옷』『설빔_남자아이 멋진 옷』이 있으며, 『오늘은 촌놈 생일이에요』『원숭이 오누이』『내 복에 살지요』『남쪽으로 쫓겨난 사씨, 언제 돌아오려나』『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도서관 아이』『팥쥐 일기』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