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이 지겨워진 어느 날, 여자 친구와 함께 세계일주를 마음먹는다. 반드시 지켜야 할 한 가지 조건은 절대 비행기를 타지 않을 것! 오로지 화물선과 기차, 버스, 자전거 등 하늘을 날지 않는 것만 타고서 과연 150일 만에 세계일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저자 세스 스티븐슨이 여자 친구 레베카와 함께 시작한 여행은ㅡ미국 워싱턴 DC에서 출발하여 대서양을 건너 벨기에, 독일,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을 지나고 광활한 러시아 대륙을 거쳐 일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경유하여 호주, 뉴질랜드를 들른 다음에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 LA에 도착해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워싱턴 DC에 도착하며 끝이 난다. 걸린 시간은 모두 150일.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며칠도 걸리지 않을 여행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걸까? 그건 바로 단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았기 때문!
저자는 이 책에서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여행이라는 것에서 낭만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건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순간이동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하는 동안 비행기를 절대 타지 않기로 결심한다. 화물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고, 좁디좁은 기차와 덜커덩거리는 버스,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 등등 오로지 땅 위로만 이동하며, 비행기 여행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풍경과 만남, 낭만을 만끽한다.
물론 그런 여행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원자폭탄 수준의 코골이를 하는 열차 승객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말이 안 통하는 러시아 철도 매표원에게 표를 사느라 온갖 손짓발짓을 해야 하기도 하고, 황금연휴를 맞은 중국에서는 열차 표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하기도 하고(그렇게 겨우 구한 열차의 위생상태는 안타깝게도 엉망이다!),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캥거루를 피해가며 광활하고 텅 빈 호주 대륙을 나흘 동안 자동차로 횡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크고 작은 불편함과 고생이 바로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낭만’ 아닐까?
이제는 ‘외국여행’이라고 하면 누구나 쾌적한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떠올린다. 더군다나 세계를 일주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본다면 상식을 뒤흔들어놓은 여행의 개념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떠나고픈 여행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