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바꾸면 세상도 나를 바꿔버려”
미국 판타지소설의 스타작가 리바 브레이가 그려낸
빅토리아 시대와 마법세계의 절묘한 결합
제인 오스틴의 세계가 판타지 장르와 만나다! 빅토리아 시대 요조숙녀들이 갑갑한 규범을 거스르고 낯설고 신비한 다른 세계異界를 넘나든다! 미국 청소년 소설과 판타지 소설 분야에서 독특한 이야기꾼으로 사랑받는 리바 브레이. 그녀에게 작가로서 명성을 안겨준 데뷔작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이 마침내 국내 소개된다.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엄마를 잃고 기숙학교로 보내진 소녀가 거대한 운명과 맞닥뜨린다는 내용의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은 고딕 소설과 판타지라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두 장르를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기숙학교, 의문의 화재 사고가 있었던 고딕 저택, 소녀들의 비밀클럽…… 고딕 이야기의 전형적인 설정과 인물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코르셋만큼이나 억압적인 규범에 숨 막혀하는 빅토리아 시대 소녀들의 세계를 그리면서 동시에 판타지의 세계를 끌어안는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처럼 고전을 호러 장르로 패러디하면서 유머를 선사한다든가 단순히 장르의 기본 뼈대만 빌려오기보다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규범을 강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심령술과 오컬트에 심취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두 얼굴처럼 이질적인 두 장르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고 있다.
이런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은 출간 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주인공 제머 도일이 등장하는 후속작 『반항의 천사들Rebel Angels』『저 멀리 달콤한 것The Sweet Far Thing』이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여성에게 억압적인 시대를 살아간 십대 소녀들의 꿈과 욕망을 현대적인 감성과 필치로 새롭게 그려내 고딕 이야기의 비극적인 여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는 여주인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리바 브레이는 남다른 유머감각과 민감한 소재도 과감하게 다루는 돌파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제머 도일 시리즈 이후 2009년에 발표한 『고잉 보바인Going Bovine』도 그런 장기를 마음껏 발휘한 책으로, 광우병에 걸려 나날이 머릿속이 헝클어져가는 소년과 난쟁이 소년이 떠나는 짧은 방랑을 마치 『돈키호테』처럼 블랙코미디로 그려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책은 그해 마이클 L. 프린츠 상을 수상하고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뽑은 올해의 어린이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기숙학교, 비밀스러운 고딕 저택, 소녀들의 비밀클럽
그리고…… 신비롭고 두려운 이계(異界)
19세기 말 인도. 열여섯 소녀 제머 도일은 요즘 엄마랑 사이가 좋지 않다. 본국인 영국에 보내달라고 졸랐지만 엄마가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머와 엄마는 봄베이 시장으로 외출했다가 또다시 언쟁을 벌이고 엄마는 갑자기 제머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화가 나서 무작정 내달린 제머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엄마가 암흑의 괴물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환상을 목격한다. 헐레벌떡 시장으로 되돌아간 제머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불미스러운 엄마의 죽음 이후 제머는 영국의 기숙학교인 스펜스로 보내진다. 사교계에 내보낼 우아하고 순종적인 신붓감을 양성하는 이곳은 사실 소녀들의 은밀하고 견고한 패거리 문화에 지배되어 있으며, 25년 전 화재 사고 이후 폐쇄되었다는 부속건물 이스트윙은 어딘가 미심쩍다. 한편, 제머는 인도에서부터 자신을 따라온 인도인 청년 카르틱의 감시의 시선을 느낀다.
제머는 가난한 고아 소녀 앤과 룸메이트가 된다. 훌륭한 집안과 뛰어난 미모로 학생들 사이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필리시티와 피파 일당의 계략으로 도둑으로 몰릴 뻔한 앤을 지략과 배짱으로 구해주면서 제머는 그들의 눈에 띄게 된다. 필리시티와 피파 일당에게 이끌려 한밤중에 클럽 입회식을 치르던 제머는 예배당에 갇히고, 간신히 탈출하던 길에 낡은 일기장을 손에 넣는다. 그것은 바로 25년 전 화재로 죽었다는 메리 다우드의 일기장이었다.
한편,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 환상이 불쑥불쑥 찾아들고, 카르틱은 제머에게 환상을 보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다. 결국 제머는 카르틱을 추궁해 그가 템플 기사단, 아서 왕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비밀결사 라크샤나의 일원이며, 자신에게 이계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때문에 사악한 어둠의 화신 키르케의 표적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제머는 일기를 읽어나가면서 메리도 자신과 같은 환상을 보았으며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카르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만나기 위해 이계로 들어간 제머는 엄마로부터 이계가 원래 선한 마법에 의해 성립된 세계였으나 메리와 새러가 저지른 무서운 죄로 인해 마법의 힘을 잃고 닫혔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비밀클럽을 결성한 필리시티, 피파, 앤, 제머는 자정이면 숲속 동굴에서 회합을 가지고, 메리의 일기를 읽어가며 갑갑한 속박에서 잠시나마 놓여난다. 결국 제머는 친구들을 데리고 빛의 문을 통과해 이계로 간다. 좋은 남편을 만나는 게 지상최대의 목표인 삶으로부터 떠나온 그들은 자신들의 소망이 실현되는 그곳에서 해방감을 만끽한다. 그렇게 이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던 그들은 마법을 현실 세계로 절대 가지고 나가면 안 된다는 엄마의 경고를 무시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로 인해 키르케를 불러들이는 재앙을 초래하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 속에서 계속 일기를 읽어나가던 제머는 죽은 줄 알았던 메리가 자신의 엄마이며 키르케가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 새러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숨 막히도록 허리를 조인 코르셋 밑에 감춰진
소녀들의 꿈과 로맨스가 매혹적이고 위험한 낙원과 만난다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에는 고딕 소설의 익숙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의문의 죽음을 맞은 어머니와 아편중독으로 무기력한 아버지를 둔, 고아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기숙학교에 보내진 소녀. 어딘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잠긴 방이 있는 학교 건물. 평생 홀로 가정교사로 살거나 집안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는 소녀들, 그리고 그들 간에 형성된 패거리 문화가 주름잡는 기숙학교. 여기에 마녀들의 동맹인 오더Order, 비밀결사인 라크샤나, 예언의 룬 등 판타지 장르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더해진다. 그러나 하나의 장르에서 다른 장르로 넘어가고 마는 게 아니라 밤과 낮, 학교의 질서와 숲속 동굴의 자유가 공존하는 소녀들의 생활처럼 두 장르도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의 또다른 재미는 각기 다른 개성의 네 명의 소녀들이다. 어머니의 죽음과 때때로 환상이 보이는 현실 속에 던져진 제머 도일은 브론테 자매의 소설에 등장하는 비극적이고 신경증적인 히로인으로 그려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마녀들의 세계인 오더를 부활시킬 소녀라는 자신의 엄청난 운명을 똑바로 응시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또한 제독의 딸인 필리시티와 아름다운 피파, 고아에 외모도 별 볼일 없는 앤까지 신분과 처지가 다른 소녀들은 각자 알게 모르게 고민을 가지고 있고 권력과 낭만적인 로맨스, 아름다운 외모를 소망한다. 원제인 ‘A Great and Terrible Beauty’는 위험천만하게도 현실 세계로 마법을 가져온 소녀들이 ‘찬란하고 섬뜩하도록 아름다운’ 현상을 경험하고 내뱉는 감탄이다. 집안이 좋든 얼굴이 아름답든 결국 정해진 운명과 딱딱한 규범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인 소녀들이 안전한 울타리 밖, 동경하던 바깥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느끼는 황홀감인 것이다. 책 앞머리에 소개되는 앨프리드 테니슨의 시 「레이디 오브 샬럿」에서 동경하던 바깥세상으로 나갔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오필리어와 달리 제머와 그 친구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자각하고 죽음의 위험이 있을지언정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열정과 공포로 전율하게 된다. _커커스 리뷰
빠른 전개, 독자를 사로잡는 결말, 섬세하고 우아한 고딕 이야기. _퍼블리셔스 위클리
다층적이고 비범한 데뷔작. _아마존닷컴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와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_아마존 독자
지은이 리바 브레이 Libba Bray
1964년 미국 앨라배마 주의 장로교 목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스물여섯 살 때 신발 한 짝에 600달러를 숨겨 신고 뉴욕으로 왔다. 그전까지는 텍사스에서 영국식 유머, 언더그라운드 밴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교외 생활, 고물 TV를 즐기면서 가끔 정신 사나운 머리모양으로 일탈을 시도하곤 했다. 열여덟 살 때는 자동차 사고를 당해 6년간 열세 번의 수술을 받고 왼쪽 눈에 유리 눈을 해넣었다. 하지만 아이스박스에 가짜 눈을 넣어 갖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장난치기를 즐기는 등 어딜 보나 남다른 유머감각의 소유자였다.
웨이트리스, 보모, 출판 보조, 카피라이터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2003년에 첫 장편소설인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을 발표했다. 이 책의 큰 성공에 힘입어 주인공인 제머 도일이 등장하는 『반항의 천사들Rebel Angels』『저 멀리 달콤한 것The Sweet Far Thing』을 연달아 출간하고 청소년 소설 작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2009년에 발표한 『고잉 보바인Going Bovine』은 광우병에 걸린 열여섯 소년과 동갑내기 난쟁이가 등장하는 블랙코미디로,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뽑은 올해의 어린이책에 선정되고 마이클 L. 프린츠 상을 수상했다. 리바 브레이는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이원경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주로 소설과 인문교양서를 번역하면서 어린이책도 번역하고 있다. 『고스트 라디오』 『신의 주사위』 『THE 33』 『마스터 앤드 커맨더』 『바이킹』 『사라지는 동물의 역사』 『말 안 하기 게임』『우리의 영웅 머시』 『뿌지직!』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발행일 | 2011년 3월 25일
▣ 쪽수 | 512쪽
▣ 판형 | 140×210mm
▣ 값 | 14,500원
▣ ISBN | 978-89-546-1435-1 03840
▣ 담당 | 홍지은 (031_955_8863/danasc@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