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젠더ㆍ섹슈얼리티ㆍ육체’의 문제를 조망하는 글들을 모았다.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윤조원)은 퀴어 이론의 등장이 페미니즘에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를 화두 삼아 양자 사이의 공존 가능성을 탐색한다.
「남성, 남성성, 페미니스트 이론」(이명호)은 남성 및 남성성 연구가 페미니즘을 성차화된 육체와 젠더 정체성들을 횡단하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페미니즘으로 재구축하는 데 공헌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현대 여성의 새로운 히스테리, 거식증」(박주영)이 진단하는 현대 여성의 거식증은 가부장적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날씬함의 이데올로기, 그 덫에 걸린 여성의 절망을 드러내는 일종의 질병이다.
「자아로부터의 비상, 에로스」(최성희)는 에로티시즘을 둘러싼 페미니즘 내부의 각종 분열을 직시하면서, 자기 성실성에 기초한 페미니즘 성 윤리를 기반으로 한 디오니소스적 에로티시즘의 구축을 주장한다.
「노년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연점숙)는 보부아르, 베티 프리던, 저메인 그리어가 말년에 집필한 노화의 여성적 경험 및 그 의미에 관한 글을 비판적으로 읽어나가면서 성숙한 나이 듦에 대해 숙고한다.
「‘꽃미남’과 ‘식스팩’: 대중문화 속 오늘의 남성성」(윤조원)에 따르면, 대중문화 속 남성들이 포스트모던 소비사회가 구축한 새로운 남성성의 한 양태로 수행하는 ‘메트로섹슈얼리티’는 기존의 남성성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자 성차와 젠더 정치학의 표층이 재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잣대이다.
2부는 ‘지구화ㆍ(탈)민족ㆍ여성의 삶’과 관련된 쟁점들을 다룬다.
「민족경계 안팎의 여성과 남성」(박미선)은 민족 연구에서 남성이 누리는 특권이 해체되어야 하며, 페미니즘을 통해 지역과 세계를 매개하는 상상계로서의 민족을 더욱 정교하게 이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베일 속에는 이슬람도, 여성도 없다」(오은경)는 베일이 제국과 식민지의 권력 관계 및 민족과 종교의 가부장적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환상 기제임을 밝히면서 이슬람 여성을 논의할 때마다 불거지는 베일 담론 자체를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
「‘아시아 여성주의 문화연구’를 구축하기」(태혜숙)는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아시아 여성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연대하게 만들고, 비교주의적 작업을 통해 서로 상충하는 차이들의 협상과 공존이 가능한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번역, 이산 여성 주체의 이언어적 받아쓰기」(이명호)는 번역의 관점에서 차학경의 『딕테』를 분석한다. 두 언어와 문화가 겹치는 경계선적 공간에서 혼종적 주체로 살아가는 한국계 미국인 이주여성의 파편적 기억을 드러내고, 이 속에서 다언어ㆍ다문화ㆍ다장소를 횡단하는 이주여성의 여성적 계보와 서사를 발견한다.
3부에서는 ‘신화ㆍ종교ㆍ윤리’ 관련 문제를 성찰해본다.
「레비나스, 타자 윤리학, 페미니즘」(이희원)은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학을 전유한 이리가레와 구엔더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면서, 모성이 곧 희생이라는 레비나스의 가부장적 공식을 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신 신화와 새로운 상징질서 찾기」(박정오)는 새로운 상징질서를 찾아야 하는 페미니즘에 여신 재구축 작업이 절실하다고 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아르테미스와 아테나 여신 신화에서 그 예를 찾는다.
「모성 서사와 그 불만: 『엄마를 부탁해』와 <마더>에 나타난 모성 이데올로기 비판의 문화지형 」(조선정)에 따르면, 모성을 여전히 낭만화시키는 『엄마를 부탁해』와 모성을 괴물 혹은 마녀와 동일시하는 오래된 신화를 은밀히 재생산하는 <마더>는 둘 다 모성을 철저히 성차별적으로 제도화하는 ‘근대’의 산물이다.
「배려의 윤리와 정의의 윤리」(김종갑)는 캐럴 길리건이 『다른 목소리로』에서 제안한 정의의 윤리에 대한 배려의 윤리의 우월성 관점으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를 읽어낸다.
4부는 자연ㆍ과학기술ㆍ여성 관련 주제를 다룬 글들을 엮었다.
「생태 파괴 시대의 페미니즘」(박혜영)은 경제개발과 신자유주의적 착취로 인한 자연 파괴가 과학기술로는 회복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돌봄의 생태윤리와 남녀가 상호의존하는 자급적 공동체 설립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과학기술 시대의 페미니즘과 사이보그론」(장정희)은 해러웨이의 이론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경계 해체와 동반종 사이의 교류’라는 지점에서 전 지구화로 인한 여성 착취 및 젠더와 모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페미니스트 신재생산기술 담론의 정치성」(정문영)은 여성의 몸을 파편화시키는 과학기술의 객관화ㆍ시각화 과정을 폭로하고, 신재생산기술의 발달로 불안정해지는 몸의 경계에서 새로운 몸의 경계가 배태될 가능성을 읽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