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시인 마명이 궁정서사시로 풀어낸 붓다의 일생
불전(佛傳)문학사상 최고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붓다차리타』는 『김달진 시 전집』『산거일기』『손오병서』『장자』『고문진보』『한산시』『법구경』『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에 이은 김달진 전집의 아홉번째 책이다. 『붓다차리타』는 서기 1, 2세기경 중인도의 불교 사상가이자 천재 시인이었던 마명(馬鳴)이 출생에서 입멸에 이르기까지 붓다의 생애를 궁정서사시(宮廷敍事詩)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달진 선생의 『붓다차리타』 최초 국역본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범본(梵本) 『붓다차리타』를 4세기 초에 담무참(曇無讖, 최근에는 한역자가 담무참이 아니라 보운寶雲이라는 설이 유력하다)이 한역(漢譯)한 『불소행찬佛所行讚』을 대본으로 한 것이다. 범본 『붓다차리타』는 모두 1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붓다의 탄생에서 시작해 환국(還國)으로 마무리되나, 한역과 서장역(西藏譯)은 전 28장으로 「탄생生品 第一」에서 시작해 「사리를 나누다 分舍利品 第二十八」로 마치고 있다. 한역은 대체로 축자역을 하였는데, 때때로 원문을 생략하거나 삭제했고, 늘이거나 보탠 곳도 있으며 범본에는 없는 후대의 사상을 첨가한 부분 또한 적지 않게 발견된다. 그러나 한역 『붓다차리타』는 오언(五言) 운문의 궁정서사시체로 그 역문의 격조가 높고 장엄하며 또한 곱고 아름다워 하나의 독립적인 문학작품으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전해진다. 김달진 선생의 우리말 번역 또한 시적 운치를 살린 유려한 운문체로서 고유의 높은 문학성을 드러내 보인다. 전진 판 『붓다차리타』는 1988년 고려원에서 처음 간행한 『붓다차리타』를 저본으로 하였으며 표기나 구성은 김달진 선생의 의도와 작품의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를 고려하여 그대로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인도 문화의 화원에 난만히 피어 있는 연꽃, 『붓다차리타』
대략 일만여 행에 이르는 장엄한 서사시 『붓다차리타』 속에는 초기 불교의 원형적 모습과 후대의 대승적 사상을 포괄하는 심오함이 깃들어 있으며, 붓다의 숭고한 인격과 언행, 심원한 불교 사상과 인도 사상이 인도 문학의 우수한 수사(修辭)에 힘입어 장려하고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불교의 기본 원리인 4성제(聖諦)와 8정도(正道)의 개념과, 6바라밀(波羅密) 중심의 수도관(修道觀)과 법신(法身)의 상주(常住)를 중심으로 한 불신관(佛身觀) 등 대부분의 불교 사상이 녹아들어 있다. 붓다는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고 열반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속세의 쾌락을 버렸으며 오로지 중도(中道)에 의해 도를 이루었다. 『붓다차리타』는 붓다의 생애를 완전하게 기술한 전기인 동시에 아름다운 문학작품으로서 김달진 선생의 말처럼 “실로 인도 문화의 화원에 난만히 피어 있어서, 다른 순문학 저작과 경염(競艶)하는 연꽃이요, 또 반짝이는 마니(摩尼) 중에서도 특히 그 광명이 찬연한 주옥”인 것이다. 부처의 진면목과 참 깨달음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붓다차리타』는 커다란 감동과 깨우침을 선사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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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차리타』는 많은 불전(佛傳)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서 종래의 자료에 기초하면서도 사실을 중시하고 적당하게 이상화(理想化)시키어, 아름다운 시로 붓다의 생애와 그 교의 및 인격을 찬탄함으로써 인격적 감화를 사람들의 가슴에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하였다. 그 내용은 석가 왕족의 계보와 붓다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붓다의 입멸과 사리(舍利)의 분배에서 마쳤다. 그 기술(記述)은 다른 불전처럼 너무 과장되지도 않았고 또 단편적이거나 간단하지 않으며, 역사적 사실에 치중하여 체계적으로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그러므로 붓다 생애의 기술 속에 불교의 교의가 교묘하게 섞여 있고, 석존의 언행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석존이 걸으신 고뇌의 도정과 자각자로서 살아온 길이 여실히 묘사되어, 다른 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절히 독자의 가슴을 치는 점이 있다. 이처럼 『붓다차리타』는 불전의 문헌으로서 귀중할 뿐 아니라, 그 사상은 아직 원시적 불교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불교의 진수와 묘리를 간결하게 간직하고 있으면서 아름다운 시구로 표현되어 주옥처럼 빛나고 있다. ‘붓다차리타에 대하여’에서
김달진 전집을 펴내며
『시인부락』의 시인이며, 승려이고 한학자였으며 향리의 교사였던 김달진 선생은 평생을 세간에서 멀리 떨어져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고고한 정신의 세계를 천착하였다. 영원한 세계, 절대적인 세계를 향한 동경과 세속의 명리에 대한 부정은 구도자로서 선생의 인간과 학문을 되새겨보게 만든다. 김달진 선생의 시적 업적과 동양학으로 지칭될 불교와 한학의 섭렵은 80여 년에 걸쳐 축적된 것으로서 오늘의 우리에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하나의 장관으로 비춰질 것임에 틀림없다. 인문학의 정신이 쇠퇴하고 새로운 과학기술문명의 탄생이 예고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깊은 삶의 예지를 머금은 선생의 저작을 하나로 묶어 뜻있는 독자들에게 제공하여 새로운 인간학의 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세기말적 해체와 혼돈의 와중에 우리가 김달진 선생의 저작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와 슬기는 물질만능과 탐욕의 어둠을 밝혀줄 등불이 될 것임을 확신하는 바이다.
(편집위원 : 김용직 김윤식 김선학 김종길 박경훈 신상철 유종호 홍기삼 최동호)
▷ 2008년 5월 16일 발행
▷ 978-89-546-0571-7 04810 / 89-8281-060-9(세트)
▷ 신국판 | 512쪽 | 18,000원
▷ 책임편집: 오경철(031-955-2656, missbaker@munhak.com)
감자 종족의 선인들로서
하늘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
부처님 세상에 나오심 보고
기쁨이 온몸에 충만했나니
그들은 곧 하늘 궁전에서
비처럼 꽃을 내려 공양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