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2년만에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화제의 작품집
거의 전면적으로 품고 있는 상상력이 지닌 당당함. 문체에서도 구성에서도 삶의 인식에서도 이 점이 뚜렷했다.-심사평 중에서(심사위원:박완서 김윤식 김우창)
정염의 언어, 광기의 언어, 접신의 언어!
귀기의 작가 전경린의 지독한 광기와 불온한 정열
전경린의 소설이 여느 여성 작가들의 것과 구별되는 그 강렬한 분위기에 있다. 그가 사랑을 말하거나 죽음을 말하거나 운명을, 또는 권태를 말할 때조차도 그 어조는 물감을 진하게 이겨 바르는 화가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다가온다.-한겨레신문
전경린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사랑이 근본적으로 불온한 정열임을 증거하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열망하면 열망할수록 안정된 사회적, 도덕적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 그것 자체에 탐닉하는 정념이다. 사랑은 관습과 제도에 거역하는 지점에서 그 강렬한 전율을 완성한다는 것을 작가는 간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황종연(문학평론가, 동국대 교수)
젊은 여성작가 전경린의 소설은 강렬하다. 그 강렬함은 소설의 내용과 문체 양면에 걸쳐 있다. 그녀의 소설을 읽는 일은 그러므로 화염의 뜨거움을 참아내는 것과 비슷한 충격과 열기를 동반한다.-남진우(문학평론가)
전경린은 갖가지 은밀한 방법으로 소설의 허구적 현실에 틈입하는 마법의 세계를 대담하게 펼쳐보인다. 그녀의 소설은 격하다. 잔잔한 감정의 미풍도 그녀의 문체를 거치면 허리케인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뜨거운 정념의 열기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녹여버리고 독자들을 저 두려운 낯설음(Das Unheimliche) 속에 빠뜨린다.-황종연(문학평론가, 동국대 교수)
전경린은 매력적인 소설가다. 그의 소설은 언젠가는 거대한 불을 뿜어내며 폭발할 화산의 내부처럼 음험하고 불길하다. 그의 인물들은 자신을 둘러싼 운명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감으로써 그 운명의 늪 밑바닥에서 자유에 이르는 길을 뚫는다. 그들은 중도에서 멈추는 법이 없다. 운명의 끝에 놓인 것을 보고야 말겠다는 오기, 때론 불온한 독기가 되고 때론 귀기가 되기도 하는 강렬한 눈빛이 그들에겐 있다. 그래서 전경린의 매력은 심지어 마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는 작품 전체를 흐르는 어둠과 무게에 걸맞는 진정성이 실려 있다. 작품 끝까지 꼿꼿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무게감을 유지하면서 인물들의 내면의 흔들림을 담아내고 있는 작가의 서술에는, 삶의 진실에 정면 대응하고자 하는 진지한 고뇌와 치열한 열망이 꿈틀거린다. 인물의 안과 밖, 자연과 사물을 세심하게 연결시켜 통일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묘사력도 탁월하고, 비유와 상징은 낯설면서도 탄탄하다.-황도경(문학평론가)
전경린에 주목한다. 그의 빼어난 단편을 읽어 본 이라면 그의 첫 장편『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로 하여금 그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게 했던 것은 무엇보다 그의 문장이다. 그의 단편들은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섬세한 수사적 문체를 구사한다.-방민호(문학평론가)
신예작가 전경린의 첫 창작집 출간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사막의 달"이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신예작가 전경린의 첫 창작집 이 출간되었다. 1962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독어둑문학과를 졸업한 전경린은 현재 경남 마산에 거주하며 삶의 중심 부를 관통하는 묵중한 주제의 소설들을 꾸준히 써내고 있다. 그녀는 데뷔한 지 2년도 채 안돼 첫 창작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창 작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소설 중 어느 하나도 허수룩한 작품이 없다.
전경린의 첫 창작집은 미발표작 "봄 피안(彼岸)"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와 등단작 "사막의 달"을 포함하여, 95년 "문예중 앙" 가을호에 발표했던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 95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발표했던 "염소를 모는 여자", 96년 "샘이 깊은 물" 봄호에 발표했던 "낯선 운명", 96년 "문학동네" 봄호에 발표했던 "남자의 기원(起源)" 등 등단 이후 여러 지면에 발표 했던 5편 등 총 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새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는 최근 출간된 젊은 작가 9人의 서른 살 테마소설집 " 서른 살의 강"(문학동네)에 실렸던 것으로 지루한 결혼생활의 무력감으로 시달리는 여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섬뜩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귀기(鬼氣)의 작가, 정염의 작가 전경린
30대 초반의 여성-주부가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그녀의 소설은 대부분 결혼과 사랑의 고단하고 황폐한 삶을 주제로 하고 있다. 데뷔작 "사막의 달"은 가종(家從)의 신분이었던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처절한 운명을 탁월한 내면묘사를 바탕으로 그리고 있다. 천륜을 범한 근친상간과 불온한 사랑의 모험이 여성 그 자체가 죄인 삶의 비극을 참혹하게 드러낸다.
표제작인 "염소를 모는 여자"는 일주일 내내 새벽 세시 네시가 되도록 비디오만 보고 있는 남편과 함께 사는 여성의 소외되 고 혼돈스런 삶이 영혼의 성소인 염소의 이미지를 통해 뛰어나게 묘사된 작품이다. 우산을 쓰고 염소를 몰며 비바람 치는 아파 트단지를 빠져나가는 여자의 모습은 우리 문학에서는 참으로 찾기 힘든 괴기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젊은 작가 전경린을 귀기( 鬼氣)의 작가, 정염의 작가라 부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또한 동생들과 노래에 맞춰 안마당에서 춤을 추는 소녀, 교장집 아들과의 이상한 첫사랑, 선글라스를 쓰는 멋쟁이 아버지와 교양 있고 우아한 아버지의 애인 등 독특한 인물과 풍경들이 인상적인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은 누추한 세상살이의 단면을 들추어내며, 유년의 기억으로의 잠행을 통해 삶의 미세한 결을 읽어낸다.
유난히 아름다운 작품 "봄 피안(彼岸)"에서 전경린은 다시 한번 불온하기 짝이 없는 정념을 토해낸다. 잔인하고 패덕한 남자 터미네이터에게 이상한 정념을 바치는 여자와 마음 속에 다른 남자에 대한 열정을 숨기고 사는 유부녀 등 두 여성의 위험한 사 랑의 모험은 난폭하고 기괴한 정념의 원초적 상태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와같이 전경린의 소설 전체는 견딜 수 없는 무게로 가해지는 여성의 고단한 운명을 종횡으로 가르고 있다. 사랑과 결혼은 희생이나 관용의 가치가 아니고 불온한 정념의 위험한 모험이며, 동굴 같은 삶의 황폐한 풍경은 자아와 내면의 파탄의 냄새를 풍 기고 있을 뿐이다. 육중한 주제의식과 세련된 문체가 돋보이는 신예작가 전경린의 첫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는 90년대 우리 문학에서 참으로 독특하고 매혹적인 소설집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