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절망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박영원 옮김
20세기 문학의 거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초기 대표작. 나보코프에게 확고한 작가적 명성을 안겨준 소설 『절망』은 그가 쓴 러시아어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손꼽힌다. 베를린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시절 발표한 작품으로 1931년 독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 사건을 단초로 집필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치밀한 살인 계획을 "예술 작품"으로 여기며 살인의 과정을 기록하는데, 작가는 자칫 진부한 범죄 이야기를 풍부한 문학적 장치가 수반된 긴장감 넘치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의 틀 내에서 후에 『롤리타』에 등장하는 천재와 악, 진정한 재능과 거짓 재능, 죄와 벌 등 문학의 영원한 주제들을 독창적으로 풀어낸다. 나보코프식 유희와 서사의 마법이 충만하게 펼쳐진 걸작 『절망』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러시아문학과 미국문학에서 동시에 고전이 된 작가 나보코프는 러시아어로 쓴 『절망』을 훗날 손수 영어로 옮기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책은 작가의 문학적 뿌리가 보다 생생히 담긴 러시아어판 『절망』을 완역한 것으로 국내 초역으로 소개된다.
72 더버빌가의 테스 * 토머스 하디 | 유명숙 옮김
19세기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토머스 하디의 걸작. 하디 자신이 대표작으로 꼽은 소설 『더버빌가의 테스』는 1891년 출간 당시 선정적인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로 당대의 보수주의자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평단은 이 소설을 하디의 가장 뛰어난 성취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출간된 지 채 1년도 안 되어 초판본의 스물세 배가 넘는 부수가 판매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수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외모의 농촌 노동계급 여성 테스가 도덕적 편견과 저항할 수 없는 운명에 희생되어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당시 사회의 이중적이고 편협한 가치관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또한 미혼모에 살인자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습을 대담하게 거스르면서도 사랑 앞에 진실했던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애틋한 슬픔과 감동을 자아낸다. 서울대 영문과 유명숙 교수의 유려한 번역으로 토머스 하디의 탁월한 문장들과 생동감 넘치는 인물 묘사를 다시 읽는다.
73 감상소설 * 미하일 조셴코 | 백용식 옮김
『감상소설』은 "러시아 풍자문학의 대가" 미하일 조셴코가 1927년에 출간한 단편집이다. 1920년대 소련에서는 문학이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도구로 사용되었고, 영웅적 주인공이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사회주의 이념을 수행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높이 평가받았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셴코는 이념보다는 "작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감상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제정 러시아에서 태어나 혁명과 내전을 겪고 혼란의 시대를 살아내는 소박하고 잘난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이다. 조셴코는 그 자신부터가 생계를 위해 우체국 직원, 제화공, 전화 교환수, 토끼 사육원 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그는 이런 밑바닥 체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을 번득이는 유머와 풍자로 정감 있게 그려냈다. 삭막한 이념의 시대를 웃음으로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미하일 조셴코는 지금까지도 20세기 러시아 풍자문학의 대표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74 빙하와 어둠의 공포 *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 진일상 옮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더불어 오스트리아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장편소설 『빙하와 어둠의 공포』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최후의 세계』(1988)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란스마이어는 아리스테이온 상, 하인리히 뵐 문학상 등 유럽의 주요 문학상을 휩쓴 독일어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빙하와 어둠의 공포』(1984)는 예술적 형식에 있어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독보적 예술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자 그를 알린 첫 작품이다.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기 위해 떠난 탐험대와 그 궤적을 뒤좇다 사라진 청년의 이야기, 그 청년의 노트 발견을 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화자의 내래이션이 다층적 구조를 이루는 이 작품은 19세기 실존했던 탐험대의 기록과 항해일지를 십분 활용하였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 등의 기초자료를 토대로 작품을 구성하는 란스마이어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 또한 『빙하와 어둠의 공포』는 허구와 현실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비평가들로부터 "뛰어난 예술적 구성"을 이루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엘리아스 카네티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75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 * 다자이 오사무 | 서재곤 옮김
"일본이 낳은 천재 작가" "영원한 청춘 문학의 작가"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걸작을 모은 소설집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75번)으로 소개된다. 패전 후 허무주의와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방황하던 당시 일본인들의 정서를 대변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다자이는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며 일본 현대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2009년 일본에서는 다자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1회 다자이 검정시험이 열려 화제가 되었다. 이 검정시험에서 출제된 작품은 보모와의 재회 장면이 일본 문학사에서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히는 소설 「쓰가루」이다. 다자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응시한 시험에 출제된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쓰가루」가 다자이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 작품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외에도 루쉰의 일본 유학 시절을 소재로 한 「석별」, 민담을 패러디한 「옛날이야기」를 통해 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다자이의 새로운 면모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76 이인 * 알베르 카뮈 | 이기언 옮김
알베르 카뮈의 첫 소설 『이인L"Etranger』은 1942년 7월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앙드레 말로가 갈리마르 출판사의 사장 가스통 갈리마르에게 이 28세 무명작가의 작품을 적극 추천하였다. 『이인』은 줄거리나 인물이나 문체적 특성에서나 기존의 어떤 소설과도 다른 혁명적이고 독특한 작품이었고 문단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인』은 지금도 프랑스에서만 매년 약 20만 명의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내며 갈리마르 출판사 설립 이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남아 있다. 또한 전 세계 백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정전으로서 후대의 많은 이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전하고 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6번으로 소개되는 『이인』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이기언 교수의 새로운 번역으로, 새로운 우리말 제목으로 선보인다. "이인"이라는 제목은 주인공 뫼르소의 진정한 정체성과 원제 L"Etranger가 지닌 복합적 의미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즉, 보통사람과는 다른 낯설고 이상한 인간으로서의 이인(異人)이라는 뜻과, 작품 안에 두 뫼르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인(二人)의 뜻을 함께 담은 것이다.
77 달려라 토끼 * 존 업다이크 | 정영목 옮김
"20세기 미국문학의 아버지" 존 업다이크의 『달려라, 토끼』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77번)으로 소개된다.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정영목 교수의 번역으로 시적인 업다이크의 문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업다이크는 전미 도서상, 퓰리처상을 여러 차례 받은 영미권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달려라, 토끼』는 업다이크를 동시대 최고 작가의 자리에 올려놓은 출세작이자 대표작으로, 고등학교 시절 유명한 농구선수였지만 졸업 후 평범한 세일즈맨이 된 해리 앵스트롬(래빗)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일견 평온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지만 정신적 공허감을 견디지 못하고 가정을 버리는 래빗은 소시민들의 정신적 고독과 방황을 대변한다. 업다이크는 『달려라, 토끼』 이후 10년 단위로 래빗이 등장하는 토끼 연작을 발표하며 그 자신이 "나의 형제이자 나의 친한 친구"라고 부른 래빗과 평생을 함께했다. 또한 연작 중 『토끼는 부자다』로 퓰리처상과 전미 도서비평가 협회상, 전미 도서상을 받고, 『토끼 잠들다』로 다시 한 번 퓰리처상, 전미 평론가 협회상을 받았다.
78 몰락하는 자 * 토마스 베른하르트 | 박인원 옮김
바흐만, 한트케와 더불어 오스트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78번)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절망, 고통, 파멸, 죽음이라는 테마에 천착했고 쇼펜하우어와 비트겐슈타인의 영향을 받은 베른하르트는 생전에 카프카와 자주 비견되었고, 동시대에 활동했던 베케트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몰락하는 자』는 실존 인물인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등장시키며 출간 당시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글렌 굴드라는 천재와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파멸해가는 베르트하이머라는 인물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그 죽음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 작품 전체에 걸쳐 그려진다. 예술의 절대성과 완벽성에 대한 주인공의 강박관념을 잘 드러낸 이 작품은 『벌목』『옛 거장들』과 함께 베른하르트의 예술 3부작으로도 불리며 유럽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프레미오 몬델로 상(1983)을 받았다.
79~80 한밤의 아이들 * 살만 루슈디 | 김진준 옮김
1947년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이 이야기는 그중 12시 정각에 태어나 신생 독립국 인도와 운명을 함께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이다. "옛날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해 신화와 역사, 환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는 『천일야화』의 문학적 전통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공력을 쏟아낸 살만 루슈디 필생의 역작이다. 1981년 출간되어 그해 부커상과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부커상 25주년 기념 "부커 오브 부커스", 부커상 40주년을 기념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수상작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을 선정한 "베스트 오브 더 부커"를 수상, 한 작품으로 세 번의 부커상 수상이라는 문학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 살만 루슈디의 『분노』로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김진준의 유려한 번역으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