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숙 첫 소설집의 정본 『강물이 될 때까지』 재출간 ◈
문학 출판의 산실로 확고히 자리잡은 문학동네는 신경숙 소설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는 그녀의 첫 소설집을 재출간합니다.
1990년 고려원에서 『겨울 우화』란 제목으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강물이 될 때까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장정도 새롭게 하고 해설도 새로이 덧붙였습니다. 무엇보다 신경숙 자신의 꼼꼼한 수정을 거쳤습니다. 온전한 내용과 새로운 감각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가는 것입니다. 작가 신경숙은 이번에 재출간되는 이 책이야말로 첫 소설집의 정본이라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깊은 슬픔』 『외딴 방』의 연속적인 성공에서 확인되었듯이 신경숙 소설의 고정독자만도 수십만이 넘습니다. 그녀의 첫 소설집 역시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으리라고 예상됩니다.
◈ 90년대 들어 문단에 ‘신경숙 현상’을 일으키는 등 최고의 화제작가 ◈
90년대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여성작가인 신경숙의 첫 소설집인 『강물이 될 때까지』는 세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을 펴낸 신경숙의 도저한 문학세계의 뿌리이자 원류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책입니다.
삶의 밑바닥까지 맑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여린 감수성과 서정적인 문체, 가슴 속살 깊이 박아두려는 애절한 사랑의 무늬들, 시인보다 더 시적인 문체로 문체 미학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끌어올린 작가, 90년대 들어 문단에 ‘신경숙 현상’을 일으키는 등 최고의 화제작가로 꼽혀온 소설가, 바로 신경숙을 지칭하는 언론과 문단의 찬사입니다. 그녀의 문학성에 대한 평가는 유수의 문학상을 휩쓴 내력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1993년 제26회 한국일보문학상, 제1회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수상, 1995년 제40회 현대문학상 수상, 1996년 제11회 만해문학상 수상, 1997년 제28회 동인문학상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문학상은 거의 모두 수상했습니다.
쓸쓸하고 애잔한 삶의 밑그림을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이며, 시리도록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하면서 시적 상징으로 가득 찬 언어 구사를 통해 일상의 결핍을 극복할 수 있는 문학적 풍요의 공간을 제시하고 있는 신경숙 소설은 90년대 한국 문학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단편 미학의 전점을 보여주는 신경숙의 첫 소설집 ◈
『강물이 될 때까지』는 이와 같은 신경숙 소설의 특징이 모두 담겨 있는 그녀의 첫 소설집으로서 신경숙 문학에 있어서 원류에 해당합니다. 소설 장르에 새로운 예술성을 부여함으로써 단편 미학의 전범을 낳았다고 평가받는 초기 단편들이 수록돼 있습니다.
우리 문학의 신기원을 연 30대 작가군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신경숙! 그녀는 그간 문단의 절대적인 지지와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펴내는 책마다 그 즉시 수십만 부의 판매부수를 올리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아울러 인정받은 금세기 최대의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그녀의 첫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는 문학 수업을 하는 학생들에게나 문학을 사랑하는 일반 독자들 모두에게 단편소설의 교과서로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마침내 작가의 수정을 거쳐 그 정본이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더욱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됩니다.
◈ 新版 序文 ◈
90년에 출간되었던 첫 책을 새로 낸다. 스물셋에서 여덟까지 썼던 중·단편들이니 내 이십대가 얼추 담겨 있다. 이 작품들을 생각하면 늘 한데다 내놓은 듯 애틋했는데 이제 제자리에 꽂히게 된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여러 날, 물웅덩이에 제 얼굴을 비춰보는 기분으로 다시 읽어보았다. 조금 고쳤고 작품 배열도 조금 바꾸었다. 제목이 ‘지붕과 고양이’이었던 것은 ‘지붕’으로 ‘밤고기’였던 것은 ‘初經’으로 손보았다. 표제도 예전의 ‘겨울 우화’에서 ‘강물이 될 때까지’로 새로 했다. 이 책이 정본인 셈이다.
새벽에 빗소리가 잠을 깨웠다. 어제 새벽엔 바람 소리가 잠을 깨웠다. 빗소리와 바람 소리 사이로 시간이 흰구름처럼 흘러간다. 예나 지금이나 믿는 게 있다면 사랑하는 마음이다. 당신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