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것이 많은 당신
잘 맞지 않는 곳에서도 꽤 버티는 당신
우리처럼 숨 쉬고 싶은 당신
가끔 많이 힘들어 보이는 당신
우리는 당신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으니까요
식물의 시선으로 관찰한, 매끈하지 않은 우리 삶의 뒷면
권정민의 그림책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에는 그들이 관찰한 우리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화분 하나를 고르기 위해 수십 가지의 질문을 하는, 그러고도 식물의 이름은 곧 잊어버리고 마는, 환영받지 못하는 선물을 주고받고 사무실 카페 쇼핑몰 어디든 식물을 갖다 놓고 보는 인간의 모습은 아연하고 어리석어 보입니다. 바쁘고 지친 와중에도 삶의 공허를 채우려 애쓰거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잊을 만큼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은 연민을 불러일으키죠. 무심하거나 섬세한, 이상하지만 다정한, 무례하고 무리하는 우리 삶의 갈피들은 거칠거칠한 잎사귀의 뒷면과 닮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우리의 베란다를 점령했나, 식물의 시선으로 관찰한, 매끈하지 않은 우리 삶의 뒷면 지금, 눈을 들어 주위를 한번 휘둘러보세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몇 가지의 녹색 식물을 발견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혹시 동네에 새로 문을 연 식물 상점이 있나요? 자주 가던 밥집 사장님이 플랜테리어를 시작하지는 않았나요? 오래 알았던 친구와 언제부턴가 화분 돌보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전에는 몰랐던 봄여름 신록의 폭발적인 생명력이 새삼 벅차오르지는 않는지. 그들은 어느새 빼곡히 우리 곁을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물리적인 공간은 물론 마음의 빈 곳까지 그들의 아름다움과 너그러움에 기대고 있는 우리. 그들은 어떻게 인간의 삶 곳곳으로 파고든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