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경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부모님은 언제나 입에 풀칠하느라 바빴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벌써 김치죽도 끓이고 푹 퍼진 칼국수도 끓이며 맏딸 노릇을 톡톡히 했다. 중학교 무렵부터 온 가족들로부터 부침개만큼은 엄마보다 잘 만든다는 찬사를 들어 우쭐했다.
국문과를 졸업하고 기업 홍보실에서 9년간 근무, IMF로 소속 부서가 공중 분해되면서 유학중이던 남편을 따라 1998년 도쿄에 왔다. 도쿄는 나의 넘치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고, 새로 접하는 문화들은 신선하고 참신했다.
일본어가 익숙해진 이후에는 좋은 책을 한국에 알리는 번역작업과 한국어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식을 나누는 것이 가장 가까운 문화교류라는 믿음으로 요리교실도 연다.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부침개와 김치찌개랑 닭볶음탕이다. 나 또한 이곳의 요리교실에 다니며 일본요리를 배우고 있다.
지금, 대학에서 한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남편과 초등학교 3학년의 보석 같은 딸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