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프랑스에서 뛰놀며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 알제리, 모리셔스, 사모아, 이란, 중국 등지 출신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행운을 누렸다. 당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빵 광주리 나르며 다른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다가, 귀국해 학교에 처음 간 날 교장 선생님 앞에서 잔뜩 긴장하며 조아리는 선생님들을 목격하곤 인간과 환경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또 프랑스에선 줄곧 아이디어 좋다는 칭찬을 듣다가 우리 교실에선 너는 왜 교과서에 없는 질문을 하냐며 교과서나 열심히 보라는 핀잔만 듣게 되자 몹시 당황한다. 교실 밖에선 국적, 인종, 종교, 성별, 나이, 진로에 상관없이 잘 어울려 놀았는데, 돌아와선 학교 운동장에서 선배들에게 순진하게도 같이 놀자고 했다가 에워싸여 두들겨 맞자 충격을 먹는다. 그래도 곧 학교생활에 적응했고, 언제부턴가 ‘고통’이라는 화두에 심취해 의과대학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고 전문의가 된 지금 인턴 시절의 일기를 다시 읽으며 어렵사리 출판을 결심했다. 바야흐로 책을 내면서 저자는 살짝 조마조마하다고 한다. 왜 교과서에 없는 문제제기를 하냐고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독자님들께 에워싸여 꿀밤 맞을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