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아는 가장 순한 모국어
“앞의 빗줄기가 뒤의 비를 마중하듯이”
“거꾸로 선 꿈의 세상에서, 가끔 나는 바로 선다”
“가자 어둠 없어도 빛나는 별이 타는”
“보이는 모든 길에서 이륙하라”
“여자의 모든 것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이대로 죽음이
“생은 무겁거나 검거나 아프다” 정화진 28년 만의 시집
조연호라는 이름.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6권의 시집을 펴냈고, 그 여섯번째에 스스로 『유고(遺稿)』(문학동네, 2020)라 이름 붙인 시인. 김행숙 시인의 호명을 빌려오자면, 그는 ‘미지의 X’로 향하는 자이면서 미지의 X를 발견하는 자, 그리하여 기어이 스스로 미지의 X가 된 시인이기도 하다. 이토록 밀도 높게 희미한, 가장 난해하면서 가장 투명한, 이 모든 모순 형용을 고스란히 언어로 이룩하는 시인.
“바야흐로 머릿속에 무한이 해방되었는데
“손에선 늘 소금 마늘 레몬 냄새가 나고
“두나는 두나를 벗어나 또다른 에고로—
문학평론가, 소설가, 에세이스트, 장서가, 문장노동자…… 수많은 수식이 있겠으나 그에 앞서 단연 ‘시인’, 장석주의 시집 『햇빛사냥』이 문학동네포에지 50번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번에 새 판으로 선보이는 『햇빛사냥』은 그의 첫 시집 『햇빛사냥』과 두번째 시집 『완전주의자의 꿈』을 합본한 것이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으로부터 거슬러도 43년, 고교 문청으로서 시를 써온 세월부터 가늠하면 족히 50년에 달하는 그의 시력, 그 첫머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집인 셈이다.
“숨쉬는 글자를 알려줘!”
“우린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 슬픈 걸 쓰기로 했지”
‘반전-패러독스-블랙유머'로 가득한 이상하고 자유로운 세계
“나를 닮은 것들은 나를 닮아 슬프다”
“여성 해방의 전사”(장석주)이자 “여성들의 배후”(김정은) 고정희 시인의 마지막 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가 문학동네포에지 49번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인은 1990년 말 들꽃세상에서 이 시집을 펴낸 후 이듬해 취재차 나선 산행에서 실족하여 자신의 정신적 고향이자 시혼의 본거였던 지리산의 품에 안겼다. 32년 만의 복간임에 그의 31주기에 맞추어 펴낸다.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연시집’이라 일렀다. 사랑을 향한 부름, 사랑이라는 연습, 사랑을 위한 조문…… 사랑으로 써내었거나 ‘사랑’ 그 자체인 시편들이 시집 속에 빼곡하다. 그가 떠난 후 출간된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창비, 1992)를 제외하면 이 책이 그의 생전 마지막 시집이니, 그가 우리 곁에 마지막으로 남긴 이 여백을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지상에서의 행복이 소나기 같다는 걸 그 누가 모르겠는가”
“후폭풍의 뒤통수를 보는 눈”(이문재), 이덕규 시인의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를 문학동네포에지 46번으로 다시 펴낸다. 2003년 ‘늦깎이’ 첫 시집을 펴내며 젊은 시절의 방황과 노동, 그 피와 땀의 결실을 꺼내어 대중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던 시편들이다. 구름으로 빚어내고 구름으로 흩어지는, 때로는 날 선 칼이고 때로는 환한 빛인 생의 언어들을 19년 만에 새 옷으로 선보인다.